【서울=뉴시스】◇한국전통건축직업학교 이종은 교장 = 한옥은 나무와 흙이라는 자연에서 난 재료를 사용해 자연을 닮게 짓는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한옥은 가장 오래된 건축기법이자 최첨단의 건축과학이다. 한옥 마을에 가보면 확인되듯 한옥은 단 한 채도 똑같은 집이 없다. 어디가 달라도 다 다르다. 왜냐하면 재료를 인공적으로 규격화 하지 않고 생긴대로 그 생김새에 맞는 용처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서양은 규격화에 노력해 대량생산에 성공해 물질문명을 이끌었으나 우리는 규격화를 거부했다. 왜냐하면 자연을 닮고자 했으니까 또 하나의 자연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본주의 건축이자 자연주의 건축이 바로 한옥이다.

대량화와 기술발달에는 늦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지금에 와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름의 미학이 그것이다. 우리는 우리건축의 우수성을 잘 몰랐다. 마치 공기를 숨쉬며 살고 있으면서 공기의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물 속에 들어가면 금방 공기의 중요함과 가치를 알게 된다. 우리도 아파트에서 몇 십년 살다보니 이제 한옥이 얼마나 좋은 집인가를 깨닫게 된 것이다.

한옥은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건축의 극단, 한계에까지 도달한 건축이다. 고리타분하다고 버렸던 우리 건축의 가치를 이제 서양인들이 알아보고 배우고 있다. 인공적인 멋을 만들어내는데 치중했던 건축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변화하고 있는데 그 정상에 우리 한옥이 우뚝 서 있는 것이다.

목조 건축 가운데도 일본식은 정밀하게 제재해 정확하게 짜 맞추는 인공의 미를 추구하는데 비해 한국은 낙안읍성에서 보듯 곧은 나무를 하나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구부러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해 자연을 재현해 냈다. 사실 정확성을 따진다면 자연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 궁궐 건축이 한옥의 전부가 아니다. 진짜 한옥은 대궐같이 짓는 위압적인 건물이 아니다. 자연을 품는 것이 바로 한옥이다.

한옥을 나라 안에 널리 보급하고 한편으론 세계로 나가야 한다. 한옥을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이자 상징으로 알려야 한다. 한류가 가요, 음식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주생활의 한류를 퍼뜨릴 것이다.

그래서 한옥 집짓기를 가르치는 학교(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강원도 삼척)를 만들었다. 예전엔 목수가 정3품 벼슬까지 받았다. 다른 기능공들이 무슨 무슨 쟁이라고 부를 때도 목수는 ‘목수양반’으로 불렸다.

집을 짓는 최고 책임자인 대목수(도편수)가 되어야 일을 맡을 수 있는데, 옛날엔 목수가 되는 길이 너무나 험난했다. 도제식 교수법이라 거의 목수 밑에서 종살이를 해야 했고, 바로 위 단계 선배가 나가야 한 단계 더 배울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는 평생을 가도 대목수가 못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는 1995년 설립돼 1998년에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학생들에게 수업료 전액이 지원된다. 정부 지원금으로는 교수와 직원 급여 등을 줄 수 없어 적자가 나지만 개인 수입으로 메우고 있다. 하루 8시간씩 3개월 코스, 또는 6개월 코스를 거치면 누구나 한옥을 지을 수 있게 실습위주로 가르치고 있다. “3개월 만에 목수가 된다”고 했더니 처음엔 아무도 안 믿었다. 지금까지 3500명이 졸업했다. 최초의 여자 도편수도 우리 학교에서 나왔다. 한옥을 유지 보수할 한옥관리사 제도를 만들어 5년간 300명을 배출했다. 학생은 매월 말 모집한다.

우리 학교가 보유한 목재가 경복궁을 2번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나무로 실제로 지어봐야 현장에서 바로 집을 지을 수 있다.

학교 설립 당시만 해도 전국에 한옥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40~50명에 지나지 않았다. 한옥은 사실 누구나 지을 수 있는 집이다. 옛날 시골 동네에서 집을 짓는다면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다 해결했다. 그 사람들이 전문 기술자는 아니지만 다들 역할을 나눠서 지은 것이다.

전 국민을 한옥에 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 국토가 좁은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도심에서 1시간 거리만 나가도 자연에 묻혀 살 수 있는 공간이 널려있다. 앞으로는 GNP보다는 국민행복지수가 더 중시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공해 덩어리인 고층아파트보다는 공기 좋은 곳에 한옥 짓고 텃밭에 채소심고 가꾸며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교통인프라만 갖춰지면 그런 전원생활 시대가 금방 올 것이다. 사실 한옥은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재료도 얼마든지 우리 나무를 싸게 구입할 수 있고 품앗이 형태로 지으면 인건비도 들지 않는다. 시중의 5분의 1~10분의 1 비용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현대건축가 김상경 박사=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주택 양식과 전통의복, 음식은 한옥과 한복, 한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한옥은 단순히 전통 주택으로서 서울의 가회동(북촌), 전북 전주 등 일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컸다. 현대화되면서 점점 한옥이 사라져 가고, 그와 함께 한옥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도 사라져 가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만 표할 뿐, 한옥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보급하려는 의지는 미미했다. 즉 전통적인 주거문화를 현대화해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한옥 건축도 과거의 답습에 그쳤다. 한국의 주거양식이 아파트 위주로 바뀌면서 한옥의 가치가 소홀이 여겨졌고 건축과 도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옥은 더 이상 골동품이나 오브제가 아니다. 천편일률적이고 무미건조한 아파트의 전성시대는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는 신도시, 재개발·재건축지역, 뉴타운 등에서 보았듯이 우리 고유의 주거문화를 퇴색시키는 방향으로의 개발방식은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실제로 미분양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와 선호도도 하락하는 추세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선진국 도시는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다. 한국도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주거문화를 재창조해야 하는 바, 한옥의 가치와 개념이 그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나아가 한옥을 세계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류가 한식이라는 음식이나 연예인을 통해 이뤄졌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한옥의 개념을 현대화하여 주거문화의 한류를 세계에 내보낼 필요가 있고, 수출도 해야 한다.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한편,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며 서로 소통케 하고, 나아가 글로벌화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건축가, 디자이너, 문화컨텐츠전략가, 기업인,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정부 등 고도의 전문가 집단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한옥의 시대다. 우리 주거문화에 있어서 제2의 혁명을 이뤄낼 기회이다. 폐쇄적이고 고립된 주거형태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삶을 깨뜨려야 하며, 한옥의 정신을 배워 현대건축과 도시에 적용해야 한다.

뉴타운이나 재개발 재건축에 있어서도 한옥의 정신과 혼을 지혜롭게 발전시키고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와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한옥마을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공간구성과 커뮤니티 증진에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공간인 코트야드(중정) 즉 ‘마당’과 ‘마루’라는 소통의 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김장을 담그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뛰어놀았다. 모든 주거생활의 중심지이며 다목적 기능을 갖춘 공간이다. 아파트에선 기껏해야 외부와 접촉되는 공간은 좁은 발코니에 지나지 않은가.

또 사대부가에는 문방이라는 현대의 서재와 같은 공간이 있었으며, 이 공간은 특별하게도 뒷마당(후원)과 연계되어 있다. 여기서 글을 읽고 사색과 명상을 했다. 이런 그윽한 한국 고유의 ‘멋’은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못한 한옥만의 자랑거리다.

나아가 길과 동네라는 마을의 개념을 발전시켜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며 모여 사는 커뮤니티 타운을 조성해야 한다.

건축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몬트리올의 ‘해비타트 67’을 디자인한 모셰 사프디(73·캐나다)가 며칠 전 서울에 와서 한 말도 한강변에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진 아파트에 대한 비판이었다. 모셰 사프디는 “문제는 모두 수직구조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아파트도 숨 쉬고 싶어 한다. ‘정원’과 개성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어 숨통을 틔워주라”고 했다.

우리의 아파트는 아직까지도 내부 인테리어에 치중한 나머지, 격조 높은 창의적 주거공간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아파트 거주자들에게도 활동, 놀이, 산책을 할 수 있고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Gathering Place)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공동체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다 없애고 소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조상들의 지혜와 얼이 담긴 한옥을 복원하여 새로운 유형의 주택과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 독특한 우리 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심어 긍지를 가지게 하며, 세계화시켜야 한다.

이제는 한옥이다.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28호(5월3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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