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국폴리텍대학교 허병기 이사장(65)의 방에는 ‘평생 기술로 평생 직업을’이라는 글귀가 적힌 커다란 액자가 걸려있었다. 허 이사장은 12일 “대학을 졸업해도 절반 이상이 취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배워 취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국책특수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은 기존 24개 기능대학과 전국 각지의 21개 직업전문학교를 한데 묶어 2006년 탄생했다. 2년제 ‘직업교육 대학’으로 전국 단위로 7개 권역대학과 바이오·항공·섬유패션을 특성화시킨 4개 대학 등 11개 대학에 34개 캠퍼스를 거느리고 있다.

폴리텍대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공시하는 대학 취업률 부문에서 144개 전문대학 중 4위를 기록했다. 1~7위는 폴리텍대의 단위 캠퍼스가 차지했다. 폴리텍대가 이런 성과를 낸 것은 ‘실사구시’를 앞세워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취업률 90%대를 유지하고 있는 폴리텍대는 올해 대학공시에서 취업률 1위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취임 이후 ‘코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단순히 이론을 가르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과 교수 그리고 장비가 함께 ‘뒹구는’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며 “코칭 시스템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일머리’ 역량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이사장은 현시대에는 다양한 기술을 익힌 ‘융합형 기술 인재’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허 이사장은 융합형 교육을 위해 지난해 9개 학과를 시범적으로 개편했고, 올해 30여개 학과로 확대했다.

그는 “기계설계과를 나와 로봇제조회사에 취직을 하더라도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산업디자인을 함께 배우게 되면 학생과 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융합형 기술 인재를 보자기에 빗대 설명했다. 보자기에 책을 넣으면 책가방이 되고 이불을 싸면 이불보가 되듯이 ‘멀티 테크니션’이 폴리텍대가 추구하는 인재라는 것이다.

허 이사장은 인문학 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남원 캠퍼스를 개조해 연수원으로 만들고, 학생들은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 2~3일씩 인성과 인문학에 관련된 교양과목을 들을 수 있다.

폴리텍대는 다문화 가정 및 탈북자를 위한 기술교육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시험 실시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직업은 단순한 호구지책이 아니라 영혼을 가진 인간이 자존을 지키고 존재가치를 구현하는 수단”이라며 “기술을 갈고 닦아야만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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