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막혀 직장에서 쏟아져나오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직업훈련을 거쳐 다시 취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길이 그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게 남아 있는 마지막 길이지만 이는 갈수록 수명이 길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선택하기 힘들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전국의 9개 캠퍼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훈련과정에는 취업ㆍ창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 등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취업준비 프로그램에도 50대 이상의 수강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과정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ㆍ창업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며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수하더라도 제2의 인생에서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24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의 대표적 퇴직자 직업훈련 프로그램에는 ▦내일배움카드제 ▦뉴스타트제 ▦시니어훈련과정 등이 있다.

내일배움카드제(직업능력개발계좌제)는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1년에 200만원 한도 내에서 직업훈련 지원을 위한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이며 뉴스타트제는 퇴직 전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환원 차원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시니어훈련과정은 한국폴리텍대학이 9개 캠퍼스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1~3개월 과정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다.

고용부는 이들 프로그램의 지원 한도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 중으로 당장 시니어훈련과정의 경우 운영 캠퍼스를 내년에 전국 34개 캠퍼스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체로 이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보일러ㆍ특수용접ㆍ이미용ㆍ도배ㆍ간판 등의 기술직에서부터 주로 금융권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신상담 및 사후관리 등 전문 분야까지 망라돼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이수한 뒤 재취업 또는 창업에서 성공한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퇴직→창업→폐업'의 과정을 밟은 뒤 빈곤의 문턱에 다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528만3,000명이던 자영업자 수가 9월에는 569만2,000명으로 40만9,000명 늘었다. 반면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7만7,000개의 자영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특히 이중 5만9,000개가 5인 미만 영세사업체로 주로 도소매업ㆍ운수업ㆍ음식숙박업ㆍ부동산업에 집중돼 있다.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창업 일자리는 반대로 감소한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대부분이 낙오한다는 것을 뜻한다. 낙오는 빈곤층 전락으로 이어진다. 자영업자 가구의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 비율)이 1990년 6.3%에서 2010년 8.4%로 증가했으며 적자가구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0.4%에서 19.7%로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 노동전문가는 "임금근로자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가 절실하다"며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퇴직한 후 자리를 잡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