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수당 받아 취업 훈련비로 다 쓸 판
고용부 지원 일부 강좌, 자부담 2배 이상 껑충
 
지난해 12월 직장을 잃은 박모(37) 씨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을 받으려다 또 한 번 좌절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웹디자인(포토샵`일러스트) 강의를 수강하려 했지만 훈련비(33만7천원)가 너무 많이 나왔다. 지난해만 해도 수강료 75만원 중 20%인 15만원만 부담하면 됐지만 올해부터 두 배 이상 부담이 늘어난 것.
박 씨는 "고용지원센터를 수차례 방문하고 2주나 기다린 끝에 정부 지원을 받게 됐지만 자부담 금액이 높아 막상 써먹을 곳이 없다"며 "매달 90만원 남짓한 실업 급여를 받아서 수십만원을 수강료로 내고 나면 생활이 너무 쪼들린다"고 푸념했다.

실업자를 대상으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제'(직업능력개발계좌제)가 훈련 비용 중 자부담 비율을 크게 높여 구직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 1월부터 훈련 직종 별로 자부담 금액 비율을 5~25% 일제히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자비 부담액 비율이 20%였던 주방장과 조리사, 바리스타, 웹디자인, 예쁜글씨 등의 훈련비용을 45%로 크게 올렸다.

고용시장에서 공급 과잉 상태인 이`미용 및 관련서비스와 회계 사무원, 사무보조원 등도 자부담 비율이 40%에서 45%로, 그 외 직종은 20%에서 25%로 자부담 비용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훈련비용이 70만~100만원 수준이던 바리스타 과정의 경우 자기 부담금은 20만원 이하에서 30만~45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웹디자인도 자부담 비용이 15만원 수준에서 30만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반면 중장비 운전이나 보일러자격증, 한복, 옷수선, 단순생산직, 농림어업 등은 자비 부담을 면제했다. 고용시장에 과잉 공급되는 직종 훈련을 줄이고, 취미가 아닌 실수요자 위주로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자부담 비용이 크게 늘어난 훈련 과정은 실업자들이 많이 교육받는 과정들이다. 실제 올해 개설 예정인 573개 과정 중 자비부담이 45%로 늘어난 주방장 및 조리사와 디자이너 등 2개 직종은 174개로 30.3%를 차지한다. 반면 자부담이 면제된 훈련과정 중 농림어업 관련 직종과 운전 및 운송 관련직 훈련은 단 한 곳도 없다.

구직자 이모(32`대구 달서구) 씨는 "커피전문점을 차리기 위해 바리스타 훈련 과정을 수강하려고 했지만 한 달에 무려 36만원을 내야해 결국 포기했다"며 "공급 과잉을 막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훈련 과정을 개설하지 않고 자부담만 높이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교육지원료 변경은 특정 분야에 훈련생이 몰리는 것을 막고 취미 삼아 훈련을 받는데까지 지원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저소득층이나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들은 자비 부담이 면제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2011년 말 현재 대구에서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은 구직자는 2만480명에 이른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내일배움카드

실업자가 필요로 하는 훈련과정과 훈련기관을 스스로 선택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며 수강할 수 있도록 한 실업자 재취업 교육수강 제도다. 직업 훈련과정 중 구직자가 원하는 과정을 선택하면 정부가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수강료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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