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이 한창인 지난해 11월10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소속 청소년들이 입시거부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함께하는 교육]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비진학 청소년들, 제도권 밖 홀로 애쓰다 자신감 잃는 경우 많아
지역고용센터·서울시 등의 진로탐색·멘토링 프로그램 참가해보길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했어요. 일단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생활이 반복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내 길을 찾겠다며 부모님한테 큰소리는 쳤지만,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청소년들의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빈번하지는 않지만 간혹 고등학교나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아이들의 고민을 만나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 비진학 청소년 수는 2008년 16.2%에서 2010년 27.5%로 11.3%포인트 상승했다고 한다. 또한 서울지역 고교 졸업생 12만2000명 중 3만여명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비진학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진학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진학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름의 이유와 주장도 있고 자신감과 당당함도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이미 제도권에서 벗어난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진로설계에 대한 조언을 받기가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부모들도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어려우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실상 아이들은 혼자서 세상에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사례가 많다.

처음에 가졌던 당당함도 사회로부터 소외된 상황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다 보면 결국 자신감 상실과 방황으로 이어지거나 다시 제도권으로 편입하여 안정감을 회복하려고 하는 방식으로밖에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탐색해나갈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참여가 비진학 청소년들의 진로 모색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 소속 지역 고용센터에서는 많은 예산을 증액하여 이런 비진학 미취업 청소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센터를 찾아가는 대상은 성인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고용센터의 취업지원 서비스 대상은 만 15살 이상의 청소년들도 해당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진학보다는 취업을 전제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최장 1년의 기간 내에서 단계별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1단계는 진로 및 직업 선택의 ‘출발점’이 된다. 아이들의 특성 진단 및 경로 설정을 위한 진로 상담을 바탕으로 개인별 취업지원계획 수립을 하게 된다. 일대일 개별 심층상담, 직업심리검사 실시 및 해석, 진로지도 집단상담에 참여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의 특성 파악을 바탕으로 한 직업목표가 수립되고,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비전 수립이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부모님의 권유 등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아이들은 모든 것에 저항감을 느낄 수 있으나 상담자와의 공감대 형성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단계이다.

아이들의 실질적인 취업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2단계는 ‘취업성공 패키지’ 프로그램의 핵심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별로 차별화된 취업지원계획에 따라 ‘집단상담, 직업훈련, 디딤돌 일자리 및 창업 지원, 중소기업 청년취업 인턴제’ 등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취업에 필요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돕게 된다.

특히 ‘내일배움카드’ 방식에 의한 직업훈련의 경우 만 15살 이상의 취업성공 패키지 프로그램 참가자는 일반 직업훈련 신청자들이 자비부담 비용을 내는 것과 달리 200만원 한도 내에서 소요 비용 전액이 지원된다.

마지막 단계인 3단계는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고용센터 및 민간위탁기관에서 직접 일자리 알선과 함께 동행면접 실시 등 아이들이 사회진출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직접적인 도움을 주어 성공적인 취업지원을 하는 ‘최종 단계’를 마무리하게 된다. 관련사이트: www.work.go.kr/pkg/index.jsp.

서울시에서도 2012년 좌절금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비진학 청소년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대학진학 등을 전제로 한 체험과 특별활동의 의미가 강한 반면, 비진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특별 프로그램은 좀더 실용적이고 경력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비진학 청소년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은 진로탐색, 맞춤형 상담·멘토링, 사회생활 입문을 위한 소통 등 세부적으로는 12개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그중 대표적인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졸업이 코앞인데도 아직 뚜렷한 진로가 결정되지 않아 고민인 비진학 청소년을 위한 것으로 국내 및 해외의 여러 직업을 탐색해보는 ‘세상의 모든 직업’, 취업에 필요한 면접수칙 특강과 팀 프로젝트 진행 및 직장인 소양교육을 받게 되는 ‘예비 직장인 캠프’ 등 5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문화교류기획 단기 인턴체험’(문화교류센터, 2~12월) 등 전문성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어 본격적인 취업과정에 앞서 자신의 관심분야를 경험해보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맞춤형 상담·멘토링 프로그램은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보다 앞서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 가야 하는 부담에 자신감이 떨어진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중 ‘Road.no.19’(근로복지관, 3~12월)는 일대일 심리 검사·분석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미래의 비전을 그려냄으로써 주체적인 진로 결정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진로 및 직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관련사이트: www.youthnavi.net.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모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권유나 압력으로 방문한 비자발적인 아이들은 또다른 체계에 대한 저항을 할 수도 있다. 또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모두가 진로에 대한 목표가 수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눈 생각들,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발견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며, 어린 나이부터 비제도권에서 외로움과 고독함에 힘들어하던 청소년들도 소속감과 안정감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비진학 청소년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도록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알차고 실질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비진학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는 벗어났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평생 발전하고 변화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항상 이끌어줘야 한다. 자신의 진로 및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과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개척해나가는 길을 부모님이나 주변의 가족들이 항상 응원하고 격려하고 지지해줘야 한다.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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