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웨딩플래너(결혼도우미)로 일했던 김모(30)씨는 오는 8월 출산하면 몸이 회복되는 대로 옛 경험과 인맥을 살려 부케 만드는 일을 시작할 계획이다. 부케는 보통 주말에 제작하는데다 체력부담도 크지 않아 아이를 돌보는 데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학원을 알아보던 김씨는 마침 내일배움카드(정부 지원 직업훈련제도)가 적용되는 3개월 과정의 '전문 꽃꽂이' 프로그램을 찾았다. 미리 공부해두면 출산 후 바로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김씨는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러 서울의 한 고용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고용센터는 "당장 취업할 사람을 지원하므로 임신 중이면 곤란하다"며 신청서를 받지 않았다. 김씨가 분만 뒤 곧바로 취업하겠다고 재차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똑같았다.

김씨는 "구체적인 취업계획도 있고 출산 뒤 오래 쉬지도 않을 건데 임신부라는 이유만으로 교육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는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을 돕겠다고 하지만 말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여성들이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직 의지나 취업 가능성과 관계없이 내일배움카드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신 여부가 아니라 실제 취업여건을 판단해 카드 발급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내일배움카드는 고용센터의 상담을 거쳐 직업훈련 필요성을 인정받은 실업자에게 1인당 최대 200만원의 훈련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관련 규정에는 임신부를 배제한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 받은 사람이 출산 등의 이유로 교육을 중단해야 하면 카드 유효기간(1년)을 일시적으로 정지할 수 있도록 해 임신부의 교육여건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임신부를 당장 직업훈련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고 간주하고 카드 발급을 꺼린다. 서울의 또 다른 고용센터 관계자는 "바로 일할 수 있는 신청자도 많다 보니 임신부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며 "예산도 넉넉하지 않아 임신부들은 돌려보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취업 의지가 없거나 취미 삼아 직업훈련을 받으려는 지원자를 걸러낸다. 임신부는 출산 후 육아 부담이 생기므로 상대적으로 다른 구직자보다 취업률이 낮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직업훈련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실제 취업 의지가 강한 임신부가 선의의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특히 출산 뒤 곧바로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미혼 임신부가 직업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면 경제적 타격은 더 클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내일배움카드에 3,09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3만여명을 교육하고도 취업률이 30.4%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지원자의 임신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실제 취업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여성 일자리 분야를 담당하는 한 연구위원은 "각 고용센터는 구직자의 취업률과 고용유지율 등을 상급기관으로부터 평가 받기 때문에 취업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임신부를 교육 대상에서 빼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이에 따라 억울한 경우가 생기는지 고용부가 나서 소속기관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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