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숙련공 어디 없소? > 의류 및 직물생산 업체인 대광레이스의 경기 포천 공장에서 방글라데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의류생산용 직물기계를 가동하고 있다. /포천=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섬유업체의 A 대표는 3년간 근무했던 몽골 외국인 근로자 2명이 잠시 고향을 다녀오겠다고 하자 화들짝 놀랐다. A 대표는 혹시 이들이 다른 직장으로 가려는 게 아닌가 노심초사했다.

이들의 귀국 전날 A 대표는 짐이 많을 것이라며 트렁크를 하나씩 사줬다. 여비에 보태라며 30만원씩 더 얹어줬다. 봉투를 손에 쥐여 주면서 "재입국하면 반드시 우리 회사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신신당부를 잊지 않았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조선 부품 금형업체 B사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앞두고 접수 개시 4일 전에 서류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4000여개 업체가 몰리면서 이 회사가 희망한 베트남 인력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B사는 인근 고용지원센터에서 하는 외국인 근로자 알선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곳에서 이직을 추진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났지만 얼굴만 붉힌 채 나와야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부르는 몸값이 내국인 평균 수준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제조업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귀한 몸'이 됐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외국인 근로자 1만1000명의 배정이 접수 8일 만에 마감됐다. 하루에 1300명꼴로 역대 최고치다. 외국인 구인 열풍은 자동차,전자 부품 등의 생산라인이 풀가동되면서 인력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약 만료자가 급격히 늘면서 외국인 근로자 모시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일부 숙련 근로자들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이들의 월 수령액이 최고 350만~360만원으로 치솟았다. 3~4년차 숙련공의 경우 월급이 최고 120만원 수준인 데다 1.5배인 시간외 근무 수당,2배인 주말 및 야근 수당,생활비 지원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400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앤피티의 양재우 회장은 "저임을 좇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건 옛날 얘기가 됐다"며 "젊은층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와 외국인 숙련공이 늘어나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몸값이 치솟자 주춤하던 불법체류자 수도 다시 증가세다.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돌아가지 않고 있어서다. 일부 중소기업도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제재를 각오하고 이들을 붙잡는 형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24%였던 불법체류 비중은 지난 4월 말 현재 31%로 치솟았다. 계약 만료 근로자 중 3분의 1은 불법체류를 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만료 외국인 근로자 수가 지난해 5243명에서 올해 3만3944명,내년 6만7118명 등 급증하고 있어 외국인 근로자 대란은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류재범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팀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외국인 근로자 임금 상승 등이 겹치면서 중소기업 비용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 등을 통해 수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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