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년층 인구는 1991년 1,212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5월에는 961만 명에 머물렀다. 그러나 청년층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약 10만 명 가까이 줄어 고용률은 40.9%에 머물렀다. 청년실업률도 1년 전에 비해 거의 1% 포인트나 상승한 7.3%를 기록했다. 이처럼 청년노동시장이 개선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자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은 100인 이상 기업에 근로자의 2.5%에 해당하는 청년을 추가로 채용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2년간 고용을 보장하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이 제도를 놓고 일부 사용자나 정치권에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경영권 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사용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5년간 한시적으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옹색한 답변만 되풀이한다. 과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는지 우려된다.

하지만 보다 우려되는 것은 청년의무고용할당제가 국내 청년노동시장의 핵심을 무시한 근시안적 편법이라는 점이다. 이 제도는 2000년 벨기에가 시행한 ‘로제타플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경제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로제타플랜은 저학력 노동력이 많고 학생들 학업중단이 사회적 문제가 된 벨기에에서 저학력 청년층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에 흡수될 수 있도록 강제로라도 근로경험을 제공하려는 제도였다. 실제 처음 2년 간 만들어진 일자리의 약 35%는 질이 낮았음에도 로제타플랜이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일자리마저 저학력 청년층에게 근로라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상황은 크게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생 8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상황에서 청년층은 낮은 질의 일자리를 원치 않는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층 42% 이상이 근로여건 불만족을 이유로 첫 일자리를 그만둔다. 부모는 젊은 자식이 어학연수 등 소위 스펙 쌓는 것을 돕기 위해 허드렛일도 마다 않는다. 이런 특성은 무시한 채 엄청난 재원을 사용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청년층 당사자를 포함해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부담만 안겨줄 뿐이다.

캐나다의 YES나 독일의 JUMP와 같은 주요 선진국의 대표적인 청년층 일자리창출사업 특징은 단순히 일자리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항상 병행하는 것이다. 또 창의적이며 도전의식이 강한 청년층에 창업지원 역시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엄청난 재원 투입과 비효율성에도 청년층을 최소 2년 간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 것인지, 아니면 그 재원으로 청년층 교육훈련 및 창업을 지원할 것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에 처해 있다.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유대인의 속담이 생각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