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길은 좁고도 험난하다. 힘든 길을 갈 때 좋은 길라잡이를 만나면 빠르고 안전하게 길을 지날 수 있다. 취업길도 마찬가지다. 좋은 길 안내자를 만난다는 것은 칠흑 같은 밤 망망대해에서 등대를 만난 듯, 혹은 먼 길을 갈 때 동행해줄 친구가 있는 것처럼 마음 든든한 일이다. 특히 재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에게는 직업전문학교가 바로 그런 존재다. 국비를 지원받아 실업자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업전문학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내일배움카드로 새 출발=좁은 취업문을 뚫으려면 먼저 재취업 희망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직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비용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실업자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사업을 벌인다. 기존 실업자 직업훈련은 정부가 훈련기관을 선정하고 훈련인원을 배정·지원하는 방식으로, 100% 무료였다. 그러나 무료 교육이 도덕적 해이와 함께 수업 참여 열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수강료의 20%를 교육생이 부담하는 ‘직업능력개발계좌제’가 2009년 시범적으로 도입됐고, 올해부터 명칭이 ‘내일배움카드’로 바뀌었다. 직업훈련을 원하는 실업자는 고용센터 상담을 거쳐 1년간 최대 200만 원의 훈련비를 가상계좌로 지원받게 되며 카드를 발급받아 훈련비 결제는 물론, 출결 체크와 훈련이력을 관리받게 된다. 다만 훈련직종에 따라 수강료의 20-40%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기존 실업자 훈련은 정부 지정시설에서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계좌제 전환으로 시설·장비 및 훈련교사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일반학원시설 등에서도 내일배움카드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직업전문학교가 학원 등 일반시설보다 나은 점=직업전문학교든 일반학원시설이든 개설 강좌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 지정시설인 직업전문학교가 맡았던 실업자 훈련은 하루 6시간 4개월 코스로 교과 운영의 자율성이 컸던데 반해 내일배움카드는 하루 2-4시간 1-2개월 단기 코스로 사실상 운영이 1개월 단위 학원방식으로 통일됐기 때문이다. 비용부담 측면에선 오히려 기존 직업전문학교 수강생이 일반학원시설 이용자보다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직업전문학교 수강생은 실업자 훈련 당시 교육비가 전액 무료였다가 계좌제 이후 20-40% 자부담이 생긴 반면 전액 자부담이던 학원시설 이용자는 일부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개설 교과가 같다면 접근성 등을 고려해 교육기관을 선택하면 된다는 견해다. 그러나 좀 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이력관리와 취업알선을 받고 싶다면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첫 번째 이유는 교사진의 자격 차이다. 직업전문학교에서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개설한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했다는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자격증(1-3급)이 있어야 교과목을 지도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교육·실무 경력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재취업 희망자에 대한 더 양질의 직업훈련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실업자 훈련 때부터 축적된 취업관리 노하우가 많다는 점이다. 강양규 세일직업전문학교장은 “직업훈련에 직업전문학교와 일반학원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직업전문학교가 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일반학원도 취업희망자에 대한 교육 노하우는 있겠지만, 취업알선을 비롯해 준비사항 안내와 상담에 대해 축적된 노하우를 단시일 내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직업전문학교 프로그램 종류=세일직업전문학교는 사무자동화(OA)·디자인·오토캐드·전산세무회계·PC정비·한식조리·제과 및 제빵 분야 강좌를 운영한다. 천안지역은 자동차·반도체 사업장이 많아 오토캐드는 인기 높은 강좌다. 오토캐드는 교육내용에 따라 3가지 과정이 마련됐다. 기계설계의 경우 1일 3시간 40일 과정이다. 수강료 54만 원에 자기부담금은 10만 8000원이며 교통비 10만 원(하루 2500원)이 지급돼 실부담금은 8000원 선이다. OA 중 엑셀은 1일 2시간 20일 과정이다. 수강료 20만 원에 자기부담금이 4만 원이지만 교통비 5만 원이 지급돼 실부담금은 없다. 또 세일은 천안·아산지역에 35인승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동천안미용직업전문학교는 헤어 및 피부미용·비만 및 두피관리사·메이크업·네일아트 과정을 개설했다. 비만 인구가 늘면서 비만관리사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로는 비만클리닉이나 건강증진센터 등이다. CM세무직업전문학교는 전산 및 세무회계·ERP(전사적자원관리) 등의 강좌가 있다. ERP 정보관리사 과정은 회계·인사·생산·물류 부문별 1개월 과정이다. 기업의 ERP 구축은 장점이 많은 만큼 인력수요가 예상되는 영역 중 하나다. 호서직업전문학교는 전기(산업)기사와 주말·야간 기능사 과정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방재전기설비·전기설비관리자·네트워크 보안 등 주로 전기설비부문 과정을 운영했었다. 전기실습장에는 PC를 기반으로 한 최신 전력선통신(PLC) 전자회로 실습장치를 갖췄다. 현대직업전문학교는 철강클러스터로 발전해가는 당진지역에 맞춤형 산업인력을 제공하고자 설립됐다. 교육은 천장크레인·컨테이너크레인·건설기계과정 등이다. 현대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컨테이너크레인 과정은 국토해양부의 국가자격기준이 발표되는 대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항만 증가로 2015년까지 총 8000명의 자격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귀띔했다. 임정환 기자 eruljh@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