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
중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일반계와 전문계 고등학교 중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성적이 월등히 좋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선택이 쉬울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에 따라 학교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중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더 큰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가 전문계고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전환하고, 또 대폭 확대할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학생의 특성에 따라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일반계, 전문계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계열이나 전공을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로 우선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분야가 무엇인지, 고등학교 졸업 뒤 바로 취업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대학 진학을 원하는지 등 자신의 상황과 진로목표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다음 각 학교의 특성에 대해 잘 알아보고 자신의 상황에 잘 맞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단순히 성적의 좋고 나쁨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거나,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하니까 일반계에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일반계와 전문계 고등학교의 특성을 참고해 신중하게 학교 선택을 해야 한다. 첫째,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일반계와 전문계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직업은 4년제 대학의 학사를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직업은 고등학교 졸업이나 2년제 또는 3년제 대학의 전문학사 자격만 있어도 가능하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4년제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과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희망 직업이 4년제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이라면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전문계에서도 4년제 대학 진학이 가능하지만 일반계에 견줘 진학률이 낮은 편이며 주로 전문대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반대로 전문계 고등학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학과성적 부진 등의 이유 때문에 대학 진학보다는 졸업 후 바로 취업하거나, 실무를 배울 수 있는 2년제 전문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게 된다. 물론 전문계 학생들도 내신성적을 잘 관리하고 수능준비를 열심히 하거나, 전문계고 전공과 비슷한 계열일 때 지원가능한 동일계 전형 등의 특별전형 제도 등의 장점을 활용해 4년제로도 진학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계 고등학교는 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뤄진다. 정해진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는 학원이나 진학반을 통해 입시준비를 따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4년제에 진학하는 학생들보다는 전문대로 진학하는 비율이 아직까지는 높은 경향을 보인다.
둘째, 학생들이 어떤 학습방식을 더 좋아하느냐에 따라 일반계 또는 전문계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의 성격을 보면 책상에 앉아서 문제를 풀거나 교과서를 보는 등 추상적인 이론이나 지식을 공부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주로 4년제 대학 진학 준비를 위한 학교수업 위주로 교육하는 일반계 고등학교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반면 실습을 하거나 직접 손으로 만들고 고치는 등 실제로 그 일을 접해보며 배워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실습 위주로 교육을 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의 교육방식이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이론 비중이 높은 4년제에 견줘 상대적으로 전문대의 특성이 잘 맞을 수도 있다. 전문대는 전문계에서의 전공과 연관 있는 전공을 선택해 현장형의 실무교육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전문계 및 특성화 고등학교의 교육목표는 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데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육이 직접 체험하는 실습 중심으로 이뤄진다. 컴퓨터, 미용, 요리 같은 분야로 진출하기로 결정한 학생들, 조금이라도 빨리 취업해서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전문계 고등학교를 추천하는 게 좋다. 특히 정부는 향후 특성화고나 마이스터 고의 졸업생을 채용한 회사에 세제 혜택을 주고, 학생들에게는 전원 장학금과 함께 현장 실무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취업자들이 최대 4년간 입영을 미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현장 전문가를 학교에 대거 투입하는 등 현장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까지 마이스터고 50곳, 2015년까지 산학협력형 특성화고 350곳을 지정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만약 빠른 취업을 원하는 실무형 자질이 높은 학생이라면 앞으로 이런 정책이 얼마나 잘 구현되는지에 따라서 학생에게 맞는 전문계 학교 선택을 고려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아직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학생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좀더 공부하면서 향후 진로를 탐색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4년제 대학 진학을 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진학 준비를 하면서 차근차근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줄 필요가 있다.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