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
고등학교 1학년인 한 학생은 계열선택을 앞두고 희망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솔직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직업이나 학과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진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고 현실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돈’과 같은 경제적 기준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수입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에 대해 물어오거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많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려고 한다. 직업선택을 할 때 수입과 같은 경제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돼야 하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금전적인 부분은 직업선택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적성, 흥미와 같은 내적인 요인과 함께 고려해야 할 외적인 요인들 중의 하나임을 알려주는 게 좋다. 직업목표를 설정할 때 너무 금전적인 부분에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지만, 부모나 교사들이 너무 원론적인 부분에 치우쳐 흥미와 적성만을 강조한다면 직업의 근무환경, 급여, 직업전망 등의 현실적인 조건을 도외시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실질적인 직업선택을 할 때 “내가 아무리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지만, 돈을 못 벌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직업선택에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직업선택의 여러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양쪽의 중요성을 모두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기준들에 우선순위를 매겨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관심있는 직업의 수입을 물어오는 경우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출처가 확실한 통계자료 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수입의 의미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에서는 해마다 연봉순위 100위의 직업들을 소개하는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자료(2010년)의 연봉순위 5위 안의 직업들은 다음과 같다. 이외에도 20위 안의 직업들을 살펴보면 외과, 치과의사 등 의료분야의 직업들과 행정부 고위공무원, 회계사, 금융관련관리자, 프로경주선수, 변리사 등 전문직들이 주로 높은 순위에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아이들한테 알려주는 경우 단순히 직업과 연봉금액 자체를 매칭해 알려주거나 순위에 포함된 직업들만이 좋은 직업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직업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높은 연봉을 받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함께 알려줘야만 한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관심있는 직업들의 평균연봉의 자료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의 직업정보 검색이나 연봉 및 전망 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www.work.go.kr)의 취업정보 자료실에서 선호직종 임금정보, 잡맵(Job Map), 한국직업전망 또는 한국직업사전을 이용하여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정보시스템(www.wage.go.kr)을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사이트 등에 제시된 금액은 통계조사를 통해 얻은 평균적인 금액이다. 같은 직업의 사람들이 제시된 평균적인 금액을 똑같이 받는 것은 아니며 평균보다 많게 또는 적게 받는 사람이 있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따라, 또는 개개인의 능력과 경험, 여러 가지 자격 등이 연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통계상으로 평균금액이 많은 것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이나 뛰어난 능력을 갖춘다면 통계자료 등에서 제시된 금액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려줘야 한다. 돈만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면 흥미와 적성 등의 내적인 요인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만족도나 보람, 성취감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된다. 그 이외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직업의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해 쉽게 일에 싫증을 느끼게 된다. 내적 만족감이 낮은 경우 자신에게 더 잘 맞는 다른 직업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욕구가 생기게 되어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키워나가기보다 다른 직업을 또 찾아나서게 되거나 직업을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진로발달의 악순환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입이 높은 직업을 우선적으로 탐색하기보다는 반대로 아이들이 평소에 관심있는 여러 직업들의 평균수입이 어떻게 되는지의 방향으로 직업정보를 알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도 맞으면서 그에 따른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고려해 내적요인과 외적요인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선택이 이뤄지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