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자를 상대로 취업상담이나 실업급여 지급을 맡아오던 ㅎ(40)씨는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고용센터가 최근 ㅎ씨에게 26일부터 고용업무를 그만두고 취업희망카드 스티커를 붙이거나 팩스에 제목을 입력하는 등 단순 업무를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ㅎ씨는 비록 고졸 출신이지만, 전문성을 키워 한 사람이라도 더 일자리를 찾아주고 싶어 따로 시간을 내 공부를 했고, 직업상담사와 직업훈련교사 자격증도 땄다. ㅎ씨는 “10년 동안 월 130만원을 받고 고용노동부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스티커를 붙이라고 해 충격이 크다”며 “세상에서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ㅎ씨는 2001년 노동부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다가 2007년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하나로 무기계약직(정년을 보장받지만 정규직과 임금·승진 등에서 차이가 나는 노동자)이 됐다. ‘직명’도 행정보조원에서 사무원으로 바뀌었다.

ㅎ씨처럼 전국 고용센터에서 평균 7년 이상 고용업무를 담당하던 260여명의 사무원들 업무가 갑자기 ‘단순·보조’ 일로 바뀌면서 이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초 전국 고용센터에 공문을 내려보내 “사무원은 보조 업무를 하는 직원이니, 채용 목적에 맞게 업무를 분장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사무원 노동자들은 “같은 무기계약직인 고용노동부 소속 직업상담원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년이나 상여금, 각종 수당에서 차별을 받고 있고,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 무기계약직과 견줘도 노동조건이 형편없이 낮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6월 에스에이치(SH)공사에 대해 “무기계약직에게 사내근로복지기금 적용을 제외시키는 것은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한 바 있어, 고용노동부 사무원들이 낼 진정에서도 차별 시정 권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무원노조 관계자는 “직업상담원과 업무를 다르게 해, 차별을 해도 상관없는 상태를 만들려는 속셈”이라며 “‘법을 잘 아는’ 고용노동부가 차별 시정을 피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내부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면서 어떻게 일반 기업의 차별 시정을 지도·감독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고용센터에서 사무원이 상담원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바로잡으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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