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직장인 이기철 씨는 오늘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제2외국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얼마 전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요즘 퇴근 후 매일같이 학원으로 직행하고 있다는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빠듯한 일정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요즘 직장에 다니면서도 사회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학생처럼 열심히 공부한다는 뜻으로 샐러리맨과 학생의 합성어인 ‘샐러던트’란 말까지 생겨났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퇴근시간대 어학원 강의실은 직장인으로 보이는 수강생들로 붐비고, 서점에서는 각종 자기계발 서적이 연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퇴근시간 대 어학원 수업강의실 모습, 수강생 4명중 3명이 직장인 이다.
퇴근시간대 부산 시내 한 어학원 강의실 모습. 수강생 4명 중 3명이 직장인일 정도로 공부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부쩍 높아졌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이 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저녁시간을 고스란히 투자해가며 자발적으로 선택한 공부이긴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봉급생활자인 그에게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주기적으로 읽고 있는 자기계발 서적에 영어회화뿐 아니라 중국어 수업까지 더해졌으니, 한 달에 자기계발비로 나가는 고정 비용만 해도 어느새 무시 못할 수준이 돼버렸다. 이 씨는 매달 결제일이 다가오면 “이번 달까지만 다니고 그만 둬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런 샐러던트들을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 공부하는 직장인을 위한 ‘내일배움카드’가 바로 그것. 내일배움카드란 새로 직장을 찾거나 전직,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구직자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실직자는 물론 재직자도 신청할 수 있다.

단, 대상은 기간제, 단기간, 파견, 일용직부터 이직 예정 근로자, 무급휴직, 휴업자 등이다. 또 현재 고용보험 미납부자, 연간 매출액 8,000만 원 미만인 자영업자, 고교 졸업 후 미진학 청년 실업자, 대학졸업예정자로서 졸업학점 이수를 완료한 대학생도 가능하다. 1인당 계좌의 한도는 500만 원으로, 발급일로부터 1년간 유효하며, 취업 전에는 최대 2번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부산 고용센터 내일배움카드 발급창구앞, 하루에도 60건 이상 발급신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부산고용센터 내일배움카드 발급창구 앞. 하루에도 60건 이상의 발급 신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내일배움카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필자가 직접 카드를 발급해봤다. 카드 발급을 위해 집에서 가까운 부산고용센터를 방문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발급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도 20여 분 정도를 기다린 뒤에야 겨우 발급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발급 과정은 간단했다. 신분증과 근로계약서 사본을 제출한 뒤창구에서 간단한 서류 작성만으로 신청을 마칠 수 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인증절차만 거치면 ‘재직자 내일배움카드’를 출력할 수 있다. 고용센터 방문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고용노동부 홈페이지(http://www.hrd.go.kr)에서도 신청을 받고 있다.

발급창구에서 만난 대학생 이명진 씨는 군 제대 후 휴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친구를 통해 우연히 알게된 내일배움카드 재직자 과정 지원대상에 자격이 부합해 신청하게 됐다.”며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어학원을 다닐 생각인데 내일배움카드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부할 수 있게 돼 부담이 확 줄었다.”며 기뻐했다.

내일배움카드는 신분증과 고용계약서 지참 후 고용센터를 방문하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신용카드처럼 카드형태로 발급되는게 아니라 이미지 파일이 전달되어 출력해서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출력한 재직자 내일배움카드. 신용카드처럼 카드 형태로 발급되는 게 아니라 이미지 파일이 전달되므로 출력해서 사용해야 하며, 필요할 때마다 출력해 사용할 수 있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은 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정보망(http://www.hrd.go.kr)에 접속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훈련기관을 찾아봤다. 컴퓨터 학원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고, 어학원에서는 직장인들이 들을 수 있을 만한 저녁 시간대 몇몇 수업이 내일배움카드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어학원의 경우 내일배움카드가 적용되는 수업들은 항상 조기 마감된다고 하니 신청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이 밖에도 회계금융학원, 인력개발센터, 요리학원, 제빵학원 등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내일배움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교육과정은 경영·회계·사무, 음식서비스, 문화예술·디자인·방송 등 총 7,794개(훈련기관 2,312곳)에 달하며, 지역과 직군별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일배움카드 교육과정을 지역, 직군별로 검색해볼 수 있는 페이지. 직업훈련정보망(http://www.hrd.go.kr)
내일배움카드 교육과정을 지역, 직군별로 검색해볼 수 있는 페이지. 직업훈련정보망(http://www.hrd.go.kr)
 
출력한 내일배움카드와 신분증을 지참한 뒤 학원에 가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원래 수강료의 절반 가격만 지불하면 수강이 가능하다. 다만, 출석률이 80%가 되지 않으면 지원받은 수강료 50%만큼을 다시 지불해야 하며, 내일배움카드 사용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수업 시작 전 매일 지문인식기를 통해 출석 확인을 할 만큼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훈련상담팀장 박미라 씨는 “고용센터를 단순히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으로만 아시는 분들이 있는데, 취업이 된 뒤에도 해당 직종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기도 하다.”며 “재직자 내일배움카드는 현재 고용센터 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정책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발급 및 상담 신청이 들어온다는 전언이다.

내일배움카드가 사용가능한 한 어학원, 내일배움카드가 적용되는 수업은 항상 만원이라고 한다.
내일배움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한 어학원에서 직접 수강 신청을 해봤다.내일배움카드가 적용되는 어학 수업은 항상 조기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박 씨는 이어 구직자를 위한 내일배움카드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그는 “취업을 하고자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거나 기술은 있지만 그에 대한 훈련이 부족할 경우,그리고 취업에 대한 방향 설정이 안돼 있을 경우 가까운 고용센터에 들러취업심리검사 및 취업패키기 훈련 등에 참여해보실 것을 권한다.”며 “관심있는 구직자 분들은 고용노동부 웹싸이트에 접속해 제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을 위한 직업 훈련에서부터 직장인을 위한 자기 계발까지 취업을 전후한 전천후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니 꼭 한번 활용해보길 바란다.

정책기자 오준혁(프리랜서) junhe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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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77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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