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활성화 안되는 까닭은
정부, 수요 조사 없이 땜질 처방
구직자, 외국어 실력 부족 큰 이유


2008년 4월 범정부 차원의 `글로벌 청년리더 10만명 양성계획`이 대대적으로 발표됐다. 지난해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해외취업 5만명, 해외인턴 3만명, 해외 자원봉사 2만명 등 총 10만명 파견을 목표로 했다. 주무 부처인 당시 노동부는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구인 수요를 적극 발굴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요즘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계획은 흐지부지됐다. 노동부 산하 대표적인 해외취업 교육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해외취업 연수를 성사시킨 인원은 1571명. 2007년(1548명) 취업자와 별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외국 기업들이 한국인들을 뽑겠다고 산업인력공단에 구인을 의뢰한 숫자 대비 실제 취업자를 뜻하는 취업률은 50.8%에서 40.9%로 더욱 낮아진 상태다. 산업인력공단의 지원을 받은 한국인 구직자들이 외국 기업 눈높이에 못 미쳤던 셈이다.

특히 부처별로 흩어진 해외취업 현황을 종합적으로 집계하는 곳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나 민간 기관의 해외취업 내용을 실시간 확인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10만명이라는 목표만 번듯하게 세웠을 뿐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래서 사전 수요조사나 실효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일단 해외에 보내자는 땜질식 처방만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정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해외취업자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산업인력공단은 구직자 1인당 300만~400만원의 정부예산을 지원해 평균 6개월간 해외취업ㆍ연수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해외인력진출이 미흡한 이유에 대해 해외시장과 고용동향 정보가 KOTRA, 무역협회, 산업인력공단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점을 꼽았다. 해외취업 정보에 구직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 정부가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업종이 IT, 항공승무원, 건설 등 일부에 집중되는 점도 구직자 입맛을 못 맞추고 있다. 국내 자격증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경우가 드문 것도 전문인력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56개 국가기술자격증 가운데 정보처리기사, 정보처리산업기사, 정보기기운영기능사 등 3개 자격증에 대해서만 일본, 중국, 베트남과 자격상호인정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해외에 취업하는 데 외국어 실력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많은 구직자들이 외국어에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힘들게 외국에 진출했어도 의사소통이 안돼 호텔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는 사례가 많다.

구직자들이 타지 생활에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생활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일하는 것을 상당히 꺼리고 있다. 강현철 고용노동부 청년고용대책과장은 "기성세대들이 도전하라고 말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머뭇거린다"며 "외국여행과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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