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스터고는 무엇보다 산업수요에 맞는 직업교육을 중시한다. 사진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마이스터고는 특화된 산업분야의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로 지난 3월에 문을 열었다. 취업 중심의 직업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마이스터고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해 평균 입학 경쟁률은 3.55:1에 이르렀고 21개 마이스터고 개교식에는 대통령까지 참석했다. 대학 진학률이 84%에 이르는 상황에서 그동안 직업교육은 환영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문계고는 일반계고에 진학할 수 없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 인식됐다. 대학 진학이 당연시되면서 전문계고도 직업교육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가 늘면서 ‘마이스터고’는 직업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100% 취업을 할 수 있고 학비도 전액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급당 정원이 20명이라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도 가능하다. 남다른 손기술이 있어 최고의 기술 명장을 꿈꾼다면 마이스터고에 도전해볼 만하다. 2011학년도 신입생 선발이 한창인 마이스터고를 찾아가 봤다.

지난 10월22일 미림여자정보과학고 2011학년도 신입생 선발 원서접수처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김호성(49)씨는 학교 수업중인 딸을 대신해서 원서를 넣었다. “요즘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고 전공을 살리는 것도 힘들잖아요.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대학을 가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딸이 디자인 쪽 일을 하고 싶다고 하네요. 졸업 뒤 3년 동안 일하면 대학에도 갈 수도 있어 딸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아버지와 함께 학교를 찾은 김진경(강현중 3년)양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이스터고는 제가 알아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생생한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일방적으로 공부만 하는 게 아니어서 재미있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림여자정보과학고전원

노트북 지급·기숙사 생활

자격증·외국어 공부 바쁜 생활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적성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해 '미디어종합적성감사'를 보고 '진로지도동의서’를 받는다. 중간에 적성에 맞지 않아 탈락하는 학생을 막기 위해서다. 막연히 대학 진학이 쉬울 거라든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갈 성적이 되지 않는다고 지원하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허 교사는 마이스터고의 설립 취지를 이해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해 주길 바랐다. “학생들이 굉장히 바쁘게 생활합니다. 방과후 활동으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영어와 일본어 공부도 해야 하죠. 지난 1학기에도 자격증 2개를 취득했어요. 1학년 때 총 4개의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실습 과제도 많으니 열심히 하지 않으면 쫓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이스터고는 많은 관련 기업체, 대학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산학협력을 맺은 기업체에서 강사를 파견하기도 하고 교재 개발에도 도움을 준다. 취업 후 3년이 지나면 협약을 맺은 대학의 계약학과에 진학할 수도 있다. 관련 전공을 더 깊이 배우고 싶다면 취업한 이후 대학에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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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5일 찾은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기숙사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내부도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새롭게 단장했다. 일반계 고등학교 지리 교사였던 박영조 교장은 ‘교장공모제’로 이 학교에 오게 됐다. “처음엔 교도소 같은 분위기였어요. 선생님들과 힘을 합쳐 학교를 변화시켰죠. 교명도 인천전자공고에서 인천전자마이스터고로 바꿨고 학교 시설도 하나씩 최신식으로 교체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1학년 131명이 필리핀에 다녀왔다. 외국어 연수뿐만 아니라 해외취업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서였다. 마이스터 기획운영부장인 김봉영 교사는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 명장 양성 프로젝트와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젝트입니다. 전자통신 분야는 기술력과 함께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외국어 실력이 중요해요. 외국 바이어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외국어 교육을 하고 있죠. 또 전문대 수준의 교육과정을 배우기 때문에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기술력과 함께 외국어 실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 외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해외취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산업체

최첨단 장비로 실습

외국 연수·취업정보 교류도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산업체에서 원하는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한 첨단 실습 장비도 갖추고 있다. 디지털 논리회로를 가르치는 오승준 교사는 산업체에 있는 실습 장비들을 보여줬다. “6명씩 팀을 꾸려서 디지털시계를 설계해보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이 조금씩 쌓이고 있던 거죠. 실질적인 직업교육을 위해 실습을 강조합니다. 1학년은 일주일에 15시간 정도 실습을 하는데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 가서도 바로 적응할 수 있게 지도하고 있어요.”

애초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인천의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고 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문계고’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문계고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김봉영 교사는 “마이스터고가 단순한 전문계고가 아니라 철저한 직업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산업체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며 “취업한 학생들이 학력이 아닌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을 기술자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기술을 전수해주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김 교사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꺼린다. 기술에 미숙한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독일이나 핀란드처럼 기업들도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