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기준 국내 결혼이민자는 14만2387명으로 여성이 86.2%를 차지한다. 이들 중 취업을 원하면 결혼이민자고용지원센터 등 다문화 관련 기관의 알선으로 취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외국인과 내국인의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국민의 배우자(F2)는 다른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보다 자유롭게 취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는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7월 초 필리핀 결혼이민자가 본 센터의 알선으로 한 봉제공장에 취업했다. 외국인등록증 사본을 사업장에 제출했고, 사업주로부터는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받아 일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사업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불법체류자로 신고가 되어 경찰관이 단속을 나와 외국인등록번호를 조회했는데 기록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가 문밖에서 단속 여부를 지켜보는 상황이어서 연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통 불법체류자 단속은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경찰관이 단속 나온 경우였다. 그 필리핀 결혼이민자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넘었고, 19개월 된 아기의 엄마이며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이다. 아무리 국민의 배우자에 대해 설명하고 체류기간(2012년 8월까지)을 확인시켜도 막무가내였다.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할 수밖에 없고, 단속 과정에서는 범죄자 취급을 하며 고압적 자세로 조사할 수밖에 없는 직업의 특성을 알지만, 그래도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결혼이민자가 15만명을 넘보는 다문화 시대에 단속 경찰관이 불법체류자와 국민의 배우자(F2)도 구분을 못해 직업상담사에게 몇 번이나 확인하고, 마치 불법알선 중개업자 추궁하듯이 묻고 윽박지르는 방식은 매우 유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불쾌감과 위협을 느꼈을 상황이면 한국생활 3년 된 외국인 결혼이민자는 몇 배의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다.

막연히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인 줄 알았다가 경찰서 지구대에서 단속을 나왔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앞으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려면 결혼이민자와 관련된 사항을 좀 더 철저히 숙지하고 소속 정도는 분명히 밝히기를 바란다.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체류자는 분명 단속해야 한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이 문제 해결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아는 바다. 그러나 단속 대상을 분명히 가려서 하라는 얘기다.

최재경 결혼이민자고용지원센터 직업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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