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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양모(21)씨는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양씨는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을 그만둬야 했다. 양씨는 고용노동부의 실업자 직업훈련과정에 참여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양씨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2. 고용부로부터 한식조리기능사 직업훈련비를 지원받고 있는 이모(43)씨는 시험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단칸방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이씨는 고용부에서 직업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전부터 꿈꾸던 요리사에 도전했다.

하지만 학원 등록비만 지원되고 교재비, 시험등록비, 실습비 등은 모두 자신이 부담해야 했다. 이씨는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새 출발의 꿈’은 사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업자들의 직업능력 개발 훈련 등을 돕는 ‘내일배움카드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제약으로 오히려 구직자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부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에는 내일배움카드에 참여한 구직자들의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고용부에 따르면 실업자들의 재취업과 직업개발 훈련을 돕는 ‘내일배움카드 제도(직업능력개발계좌제)’가 2011년부터 시행 중이다. 구직자들은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학원비의 50∼70%,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카드는 취업 전까지 총 두 차례만 발급받을 수 있다.

이용자는 시범사업 첫해인 2008년(4개월) 4400명에서 지난해 23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관련 예산도 시범사업 직후인 2011년 2319억원에서 올해에는 2854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확대에도 내일배움카드제도 이용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특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는 제약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용자들은 학원비를 제외한 훈련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용부와 국세청을 피해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아르바이트만 찾아다니고 있다.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이용하는 동안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소득이 발생할 경우 부정수급자로 간주돼 그동안 지원됐던 금액을 환급해야 하고 이후 훈련생으로 선정되는 데도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부정수급으로 적발돼 지원금을 환급한 건수도 2011년 47건에서 2012년 119건, 2013년 205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훈련생 황모(59)씨는 “나이가 많아 취업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아르바이트까지 못하게 하니 생활비 마련이 막막하다”며 “현금으로만 돈을 받으면 소득신고가 안 된다는 말에 대리운전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이 제도의 취지 자체가 실업자를 위한 훈련이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재직자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학원등록비 외에 교재비나 실습비 등을 모두 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향후 정책 개선 시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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